[기억의치유]
내 안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진정한 용서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깨닫기도 어렵고 하기는 더욱 어렵기만 하다. 치유의 과정은 숨겨진 것을 발견하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성령께서 치유하기를 원하시는 아픈 기억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려주시도록 의탁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치유의 핵심은 과연 내가 진심으로 치유되기를 원하는가에 있다.
고해성사와 기억의 치유에는 세 가지 기본 단계가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1단계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기’, 2단계는 ‘그리스도께서 치유해 주시기를 원하는 것을 고백하기’, 3단계는 ‘치유를 위하여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그리스도께 맡겨 드리기’이다. 화해를 시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을 사랑 할 힘이 생기고 상처 받은 기억이 감사로 가득 찰 때 비로소 기억이 치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사건들을 신앙 안에서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이 없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통에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당신의 사랑을 소통할 수 없어서 겪었던 그 고통이 또한 우리가 겪게 되는 가장 큰 고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예수님이 아버지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 고통을 기꺼이 감수 하였듯이, 우리에게 허락한 그 고통 뒤에 더 큰 선물이 있음을 믿고 더 이상 우리 자신의 눈이 아닌 그분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를 지으신 분의 뜻대로 우리는 변화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각 장 말미에 제시된 ‘토론을 위한 질문’과 ‘개인묵상’은 그룹에서 함께 또는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기억의 치유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준다. 또한 부록에 실린 ‘고해성사를 위한 준비 6단계’와 ‘치유를 위한 영신 수련’은 좀 더 적극적이며 실질적인 깊은 내적 치유의 차원으로 이끌어 간다.
[치유와 회복의 끈 소속감]
‘치유와 회복의 끈 소속감’은 이냐시오 영성을 바탕으로 해서 A.A.단주 모임의 12단계 회복 운동을 통합한 책으로 현대인들이 심리적 영적 깨달음을 통해 모든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중독은 소속감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메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안전, 사랑과 소속감, 존경, 인지적, 심미적, 자아실현, 초월의 단계적인 8단계 욕구를 설명하고 있다. 4단계이하는 결핍욕구이며 5단계 이상은 존재욕구이다. 결핍욕구는 타인에 의해서 충족되며 인간은 하위 욕구가 채워져야 상위욕구로 나아간다고 한다.
‘사랑과 소속감’은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 ‘치유와 회복의 끈 소속감’에서는 소속감의 부재에서 비롯된 중독을 다루고 있다. 현대인은 정도가 심각하든 그렇지 않든,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대부분 한두 가지는 중독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흔한 스마트 폰 중독을 비롯하여 인터넷 중독에서 게임, 커피, 담배, 소금, 설탕, 책, 일, 대인관계, 섹스, 마약, 알코올, 도박 중독 등이 그것이다. 먹는 것, 행위, 사람, 약물, 종교 기타 등등 중독은 다양한 모습을 띠고 우리 삶에 젖어들어 가볍게는 쾌락을 가져다주지만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죽음으로 막을 내리게까지 한다.
중독은 사전적 의미로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또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이다. 피아 멜로디는 모든 중독 밑에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는, 상호의존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호의존은 학대(성적, 신체적, 정서적, 지적, 영적)에서 비롯되며, 이는 아동기에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데서 온다고 정의 내린다.
데니스, 쉴라, 마태오 린은 이 책을 통해 A.A.단주 모임의 창시자인 빌 윌슨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들의 경험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나누면서 ‘어떻게 중독이 시작되었는지’와 더불어 12단계의 여정과 열두 가지 성찰을 통한 치유의 과정들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12단계의 치유 작업은 친구나 공동체와 함께 할 수도 있고 개인 스스로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은 대부분 소속감의 부재에서 온다. 이 책이 떠돌며 방황하는 우리의 불안한 영혼에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메신저가 되리라 기대한다.
[성찰]
촘촘히 막아서는 일상에 쫓겨 우리는 한 달이나 한해를 보낼 때 비로소 그동안 꿀떡꿀떡 삼켜 왔던 시간들을 꺼내어 되새김질 하며 단지 몇 개의 기억들을 건져 올리곤 한다. 그러나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큰 사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튀어 올라 온 것이 아니라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다가 마침내 터져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일생이 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성찰은 매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찰을 함으로써 오늘 현재 나의 모습을 분명히 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찰은 우리가 처음에는 의미 없는 것으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이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순간들을 깨달아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성찰을 통하여 우리는 실수와 잘못된 결정을 피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수를 했을 때에는 실수한 것을 더욱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성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에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으로 무엇을 성찰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두 가지 질문이란,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와 내가 가장 적게 감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다. 이 질문들은 우리에게 위안(consolation)과 메마름(desolation)의 순간들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러 세기 동안 신심 깊은 사람들은 이 두 종류의 순간들을 인식함으로써 그들의 일상과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방향을 발견해 왔다’고 한다. 더불어 이 책이 갖고 있는 덕목 중 하나는 ‘3부’를 통해 성찰과정에서 궁금한 점과 자주 질문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조목조목 예를 들며 차근히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성찰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예수님 앞에서 자신의 ‘하루’를 더듬어 펼쳐봄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가장 깊은 경험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느님의 뜻은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우리에게 더 큰 생명과 감사를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그분의 뜻을 헤아려 살아감으로써 마침내 진정한 영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빨리 용서하지 마라]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때 ‘용서’라는 말을 떠올린다. 우리 각자 생긴 것만큼 마음의 모습도 다르기에 ‘용서’의 범위는 일반화 될 수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아주 사사로운 일이 ‘너’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일 수 있다. 살아온 이력에 새겨진 기억들에 따라 건드려진 것 또한 여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함부로 다른 이에게 “그까짓 것 가지고 왜 그래?” 라고 말 할 수 없으며, “잊어버려” 내지는 “너 자신을 위해 용서해”라고 쉽게 얘기해서는 안 된다. ‘용서’는 오롯이 ‘용서’해야 하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는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다. 끊임없이 삶의 모퉁이마다 기회가 닿으면 고개를 내밀어 아무리 잊고자 해도 잊히지 않는 것이 숙명처럼 따라 붙어 고통을 안기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용서’가 갖는 본질적인 의미와 방법을 알려 줌으로써 진정한 용서의 기쁨을 선물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예수님의 가르침은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도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도 여전히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겠는가? 상처를 입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짓밟도록 내버려 두는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복수를 함으로써 폭력의 악순환에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용서의 5단계 과정을 통하여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하여 좀 더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용서의 5단계는 우리가 두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손은 상처를 준 사람이 더 이상 그런 행동을 못하도록, 다른 한 손은 그 사람을 진정시키고 그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하도록 사용한다.’ 용서의 각 단계에서 가해자는 점점 더 가해자의 특성을 잃게 되고, 피해자는 점점 더 피해자의 특성을 잃게 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때 우리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필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용서의 5단계에 대한 깊은 내적 움직임을 들려줌으로써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용서’에 보다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너무 빠른 용서는 진정한 용서일 수 없다.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섯 단계를 모두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본질적 ‘진실성’을 회복하게 되고 따라서 용서의 창의적인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찾게 될 것이다.
글쓴이 : 데니스 린, 마태오 린Dennis Linn·Matthew Linn, S.J
데니스, 마태오는 팀으로 함께 일한다. 그들은 신체와 정서와 영성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원목 담당자로, 치료사로, 최근에는 피정 지도자와 영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40여 개 나라에서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 치유에 관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의학 협회의 인정을 받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도 담당하고 있다. 마태오와 데니스는 13권의 책을 저술하였고, 그중 최근의 8권은 쉴라도 공동 작가로 참여하였다.
저서로 「Healing of Memories」, 「Healing Life’s Hurts」, 「Healing the Dying」(with Sr. Mary Jane Linn), 「To Heal As Jesus Healed」(with Barbara Shlemon Ryan), 「Prayer Course for Healing Life’s Hurts」, 「Praying with Another for Healing」, 「Healing the Greatest Hurt」, 「내 삶을 변화시키는 치유의 8단계」(생활성서사), 「Belonging; Bonds of Healing & Recovery」, 「Healing Spiritual Abuse and Religious Addiction」 등이 있다. 영어 판 책들은 백만 부 이상 팔렸으며, 1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