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경우 '성인전'(聖人傳, Legendae)에는 성인들의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모는 많이 빠져 버리고, 그들이 지녔다는 기적 능력이나 초인적인 성덕이 부풀려 그려지곤 했다. 옛 로마 시대에 널리 퍼져 있던 영웅호걸의 전기에서 영향을 받아 성인전 문학에 전설적인 요소들이 스며든 까닭이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종종 성인들의 인간적인 모습, 곧 그들의 죄와 눈물, 욕망과 한계를 지나치게 배제함으로써, 참된 하느님 체험이란 탈혼의 경지에서나 가능한, 비범한 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우구스티누스만큼은 전설 속의 인물로 꾸며내지 못했다. 그것은 눈물을 먹물 삼아 손수 써 내려간 '고백록'(Confessiones)과 포시디우스가 쓴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Vita Augustini)덕분이다.
'고백론'을 쓰던 무렵(397~401년) 이미 주교 신분이었던 아우구스티누스지만, 자신의 숱한 허물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자기 약점을 자랑하기를 조금도 꺼리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약하고 비참할 때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고백'(Confessio)이란 자신의 죄에 대한 '고백'일뿐 아니라, 죄 많은 삶을 통하여 체험한 하느님 사랑에 대한 '고백'이며 찬미다.
그러나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의 탄생부터 회심과 세계 직후까지의 정보만 전해 줄 따름이다. '고백록'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며 기록한 자서전이라면,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동료 포시디우스가 쓴 전기로서 '고백론'의 속편이다.
포시디우스는 40년 동안 아우구스티누스와 더불어 살았던 절친한 동료 주교였다. 그는 '고백록'의 내용을 제1장에서만 간략히 요약한 다음, 곧장 그 이후의 시점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곧, 아우구스티누스가 세례를 받고 북아프리카로 귀향한 뒤 시작한 수도 생활과 사제 수품, 히포의 주료로서 벌인 활동에 관한 생생한 증언들을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고백록'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삶과 사상 기조를 엮어 내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두 기둥이다. 우리는 이 두 작품으로 말미암아 '인간'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나게 된다. 그 파란만장한 삶과 매력적인 인품이 어떤 과장이나 숨김도 없이 생생하게 우리 앞에 펼쳐진다.
포시디우스가 전해 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은 한마디로 복음적이다 포시디우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40년 지기 수도 공동체 가족이요 동료 주교였으며, 아우구스티누스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고 사랑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털어놓은 떳떳하지 못한 젊은 시절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가 저지른 지난날의 죄는 더 이상 포시디우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번 회심한 뒤 얼마나 치열하게 복음 정신대로 살고자 몸부림쳤는지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증언한다.
포시디우스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을 비추어 보기 위해 사용한 거울은 언제나 '복음'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사목자요 수도승으로서 얼마나 복음 정신에 맞갖은 가난과 섬김과 사랑의 삶을 살아왔는지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를 통하여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포시디우스가 지닌 근본 소명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에는 기적과 신통력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우리와 똑같이 나약한 존재였으나,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삶의 한가운데 모시고 살았으며, 온 힘을 다해 그 복음을 실천하며 사셨던 분이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는 오늘날 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잃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 해제
1. 들어가는말
2. 저자
3. 저술 시기
4. 구성
5. 필사본
6. 편집본
7. 주요 현대어 번역본
*본문과 역주
머리말_저술 동기
제1장_탄생에서 세례까지(354~387년)
제2장_수사학 교수직을 그만두다(386년)
제3장_고향집에서의 수도 생활(388~391년)
제4장_눈물의 사제 수품(391년)
제5장_사제 생활과 수도 생활의 병행(391년 이후)
제6장_마니교도 포르투나투스와의 논쟁(392년)
제7장_이단과 열교를 거슬러
제8장_주교 아우구스티누스(395년)
제9장_논쟁을 피하는 도나투스 열교
제10장_도나투스파 근본주의자들의 만행
제11장_다른 교회에 파견되는 히포의 사제와 수도승들
제12장_도나투스파에 관한 일화(403년)
제13장_도나투스파 분열의 끝(카르타고 교회회의, 411년)
제14장_도나투스파의 마지막 반발
제15장_마니교도를 회심시킨 아우구스티누스
제16장_마니교도와의 논쟁
제17장_아리우스파 이단과의 논쟁
제18장_펠라기우스 이단과의 논쟁
제19장_주님의 파수꾼 아우구스티누스
제20장_품위있고 겸손한 처신
제21장_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제22장_검소하고 균형 잡힌 의복과 식생활
제23장_가난한 이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
제24장_가난한 교회와 투명한 재산 관리
제25장_성직자 공동 생활의 원칙
제26장_성직자와 여인들의 관계에 관한 교훈
제27장_사목자가 지켜야 할 원칙
제28장_저술 작품의 손질과 반달족의 침입
제29장_투병 생활의 시작
제30장_참된 사목자에 대한 가르침의 편지
제31장_최후의 나날과 죽음
* 아우구스티누스 연보
* 아우구스티누스 저술 목록
* 색인
글쓴이 : 포시디우스
아우구스티누스와 40년 가까이 (391~430년) 한가족처럼 지낸 절친한 동료 수도승이자 북아프리카 칼라마의 주교다. 430년에 아우구스티누스의 임종을 지켰고 그의 전기를 저술했으나, 정작 포시디우스가 언제 태어나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남긴 유일한 작품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걸어간 삶의 여정을 과장 없이 그려 낸 빼어난 전기로, '고백록'과 더불어 아우구스티누스 생애와 사상 연구에 중요한 두 기둥을 이루고 있다.
옮긴이 : 이연학
고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수사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로마 그레고리우스 대학교에서 교부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고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장을 지냈다. '내가 사랑한 교부들'(분도출판사 2005,공저),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성서와함께 2006)를 지었고,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분도출판사 2001), '교부들의 길'(성바오로출판사 2002, 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이 : 최원오
천주교 부산교구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와 대학원을 거쳐, 로마 아우구스티누스 대학에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교부학을 가르쳤으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내가 사랑한 교부들'(분도출판사 2005, 공저)을 지었고, '교부들의 길'(성바오로출판사 2002, 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