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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고리타분하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윤리, 하면 어떤 단어가 생각나는가? 고리타분하다, 지루하다, 갑갑하다, 따분하다, 구식이다 등등 대체로 부정적인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윤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다. 이렇게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가 지금은 위태롭게, 아주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인재(人災)가 버젓이 일어나고,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성 쾌락의 현장들, 음주 뺑소니 등 무서운 사건 사고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윤리란 무엇일까? 누구에게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할까?

‘다원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부터 갖가지 삶의 문제가 발생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구태의연한 윤리적 담론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의문은 현시대를 사는 우리의 공통된 질문일 수 있다. 이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속 시원한 정답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임의적 판단이나 잘못된 결정으로부터 벗어나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장재봉 신부의 이번 책은 ‘새로운 환경에 살고 있는 교회 공동체는 오늘날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에 대해서 함께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진리의 광채」, 4항)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초대에 맞갖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윤리 문제에 대한 지혜로운 외침!
생명, 혼전 임신 등 성(性)의 문제, 낙태, 자살, 안락사, 학교 폭력, 장기 기증, 인지저하증(치매), 노인 문제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윤리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왜곡되고 비뚤어진 윤리 의식으로 세상이 병들어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성찰하고, 하나하나의 문제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현상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우리가 선택해야 할 본분의 의미와 가치를 제시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지녀야 할 가치관이나 결단의 문제도 있지만 노인 문제나 인지저하증 문제 같은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제도적인 방향을 보여주어 눈길이 간다. 특히 갈수록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안락사, 낙태 등 생명 윤리에 대한 내용과 가톨릭교회의 윤리가 가장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는 분야인 성 윤리에 대해서 좀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솔직히 현 시대에 설득력을 잃고, 진부하다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겠으나 진리를 왜곡할 수는 없다.

현대 사회의 도덕적 위기는 많은 사람이 주관적 가치를 절대화하고 규칙을 그저 지켜야 하는 형식으로 오인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 까닭에 많은 사람이 윤리란 지겹고 귀찮고 매력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윤리를 매력 덩어리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저자의 고민은 늘 한 가지다.  사실 윤리가 간여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넓다. 의료계에는 의료 윤리가 있고, 정치계에는 정치 윤리가 있다. 이처럼 얽히고설켜 인간의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 다 윤리의 영역이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에 윤리를 통한 진리의 추구는 상호 유대 안에서만 구체화될 수 있다. 따라서 윤리는 시대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며, 윤리신학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열려 있지만 때로는 단호함이 필요한 것이 윤리”라고 역설한 장재봉 신부는 이 책을 통하여 ‘윤리란 이런 것이고, 규범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윤리신학자의 설명을 듣고 배우는 시간이라기보다 빛을 향하여 함께 나아가는 행복한 동행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인생 전반에 관계된 윤리는
우리를 기쁘게도 하고 바른길을 찾게 하는 삶의 잣대다.

​책 속으로

윤리신학은 사랑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이기적인 세상의 해독제이고 주님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16쪽

사랑은 소외된 사람들을 외로움의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발전의 문을 열어줄 유일한 통로입니다. “선은 문을 두드리는 것이지만 사랑은 문이 열려 있음을 아는 것이다”라고 타고르는 말했습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적 풍토를 해결할 처방은 ‘주는 문화’와 ‘생명 존중’입니다.   23쪽

주님의 성숙한 제자가 되어 나와 달리 생각하는 사람을 포용하는 넉넉함을 가졌으면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표현처럼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이야말로 이 땅의 삶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밑그림임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122쪽

가만히 입만 닫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의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모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덕스러운 사람인 것입니다. 덕스러운 사람은 선에 대한 매력을 풍기며 자신의 삶을 통해 미지근한 사람들을 매혹적인 삶으로 초대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125쪽

교만을 극복하는 길은 그리스도의 겸손을 깊이 묵상하는 데 있습니다. 자신을 자랑하고 알리는 시대에 진정한 윤리인의 자세는 “겸손의 옷”을 입는 것입니다. 겸손의 덕은 모든 욕망을 제거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느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142쪽

화내는 얼굴은 아는 얼굴이라도 낯설고 웃는 얼굴은 모르는 얼굴이라도 낯설지 않습니다. 찡그린 얼굴은 예쁜 얼굴이라도 보기 싫고 웃는 얼굴은 미운 얼굴이라도 예쁘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무엇이 중요한가?’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하느님만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되뇌십시오. 거짓말처럼 평화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159쪽

우리 몸이 쉬어야 하는 것처럼 위장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외적인 단식을 통해 내면적인 단식을 하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권하는 단식이고 그 의미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긴 일, 상대가 틀렸다고 우긴 일을 반성한다면 참된 단식입니다. 자신의 교만을 치워내는 작업이 되니까요. 자신의 뜻과, 다른 사람에 대해 서운해 하던 감정을 씻어낸다면 옳은 단식입니다. 자신을 비워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니까요. 미워하던 상대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단식입니다. 자신의 경솔한 행위를 고치는 모습이니까요. 나아가 평소에 너르지 못한 자신의 성정을 돌아보고 기쁘지 않을 때마저도 언짢은 사람에게 먼저 웃어 보이리라 다짐한다면 정말 귀한 단식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분께 화답을 드리는 삶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174쪽

그분의 관대하심은 언제나 넉넉하고 풍요롭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우리 능력 이상을 기대하지 않으십니다. 내가 지닌 믿음의 그릇만큼 가득 채워주십니다. 다만 그 그릇의 크기가 자꾸만 자라기를 기대하십니다.   191쪽

하느님께서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씨를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눈여겨보시면서 축복을 주고자 하십니다. 우리의 마음씨가 하느님의 뜻에 맞춰져 있는지 살피고 다듬으면 좋겠습니다.   232쪽



아름다운 동행
하느님의 마음 읽기


윤리, 행복의 지름길/ 생명의 편/ 성, 생명의 출발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 
혼전 임신이 예단이라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 하느님의 명령이며 은총인 출산/
자식 사랑 제대로 하십니까?/ 바른 말, 고운 언어/ 학교 폭력의 악순환/

양날의 칼, 문명의 이기/ 윤리적 삶/ 탁월한 자기 교육/ 행복한 삶, 내가 결정합니다/

주님께서 제일 싫어하시는 것/ 뿌리 깊은 인간의 악습/ 화는 화를 키운다/ 악습의 우두머리/

탐욕의 쌍둥이/ 죄, 나의 수락에 따라/ 사랑의 세레나데/ 영생을 향한 모퉁이/

생명, 하느님의 것/ 숨겨진 삶의 얼굴/ 장기 기증/ 하느님의 솜씨, 존중합시다/

윤리의 씨앗을/ 행복의 근원



글쓴이 : 장재봉 신부

가톨릭 부산교구 사제인 장재봉 신부는 2000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윤리신학 박사를 취득한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로 10여 년 재임하면서 교무처장 및 대학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전공인 윤리신학보다 성경읽기를 더 좋아한다. 그 덕에 성경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고 방송이력도 생겼다.

현재 부산교구 선교 사목국장으로서 그리스도인의 기쁜 삶을 위해서 성경적이고 윤리적인 자세와 참된 행복을 접목시키기 위해 늘 고민하며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