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우리 생활과 현실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계십니다. 우리의 인생 역정, 사회와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하여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고 계십니다. 성경 역시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역사 속에서 얻은 하느님 체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백성 또한 그런 하느님 체험을 하고 있으며, 그 체험을 글로 표현해 놓으면 그것이 바로 우리 백성의 성경이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하느님 체험과 우리 백성의 하느님 체험, 모든 백성의 하느님 체험이 서로 만나고 서로를 비추어 줄 때 성경의 내용은 인류 역사가 끝날 때가지 날로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성경은 다른 모든 사람, 특히 가난한 모든 사람과 연대하는 가운데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신앙공동체 안에서라야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신앙공동체와 긴밀하게 결부된 성경 해석은 공동체적인 해석입니다. 성경은 개인적인 신심과 영성과 완덕을 위해서 뿐 아니라 신앙공동체와 인류공동체의 하나 됨과 완성을 위해서 기록된 책입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과 인류 전체의 화해와 일치를 겨냥하는 성경 해석이 온전한 해석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그와 같은 마음 자세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묵상하고 실천하노라면, 그 말씀이 각 백성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 됩니다. 우리나라 백성과 모든 백성이 성경을 자기네 것으로 소화하고 흡수하고 생활화하면 힘세고 똑똑하다는 자들의 지식과 영향력과 지배력에서 벗어나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지혜와 능력에 힘입어 모든 사람과 온 인류가 한 마음과 한 몸이 되도록 하는 데 몸 바치게 될 것입니다.

성경 주석가들은 주로 성경 본문이 기록된 역사-문화적 맥락 안에서 성경을 해석하는 데 그칩니다. 물론 이 해석도 중요하지만 이제 백성은 성경을 과거 사건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사회와 세계 속에서 자기네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 사명을 구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읽어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성경이 이 시대, 각 장소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도록 묵상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신앙공동체는 기도하는 가운데 먼저 자기네 공동체와 사회에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점을 관찰하고 분석합니다. 그 다음에는 그에 알맞은 성경 대목이나 가르침을 찾아내 대화를 나누면서 실천적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예를 들어서 반모임과 같은 신앙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주간에 겪은 체험이나 현안이 되어 있는 사회 문제 등을 거론하고 진심으로 대화를 나눈 다음, 그에 해당하는 성경 본문을 봉독하고 공동으로 실천할 일을 결정합니다.

이 ｢최신 해설판 성경｣은 위와 같은 성경해석방법론에 어울리게끔 성경본문을 읽고 묵상하도록 꾸며진 좋은 책입니다. 짧은 서론과 서언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전반 그리고 성경 각권의 핵심 내용과 가르침을 소개하고, 성경본문에 대한 해설에서는 각 대목의 전언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해설판 성경은 성경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알아듣고 실천하도록 신자들을 인도해 줄 것입니다. 성경본문과 함께 읽게 되어 있는 이 해설판 성경은 개인묵상용으로도 좋고 성경모임과 반모임 교재로도 안성맞춤입니다. 모든 신자가 이 해설판 성경으로 ‘성경 한번 읽기 운동’을 펼치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해설판 성경이 우리나라를 하느님의 나라로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기를 기원합니다.

성서학 박사

정양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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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해설
 

신약성경 서론

엮은이 : 국제가톨릭성서공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