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때 ‘용서’라는 말을 떠올린다. 우리 각자 생긴 것만큼 마음의 모습도 다르기에 ‘용서’의 범위는 일반화 될 수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아주 사사로운 일이 ‘너’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일 수 있다. 살아온 이력에 새겨진 기억들에 따라 건드려진 것 또한 여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함부로 다른 이에게 “그까짓 것 가지고 왜 그래?” 라고 말 할 수 없으며, “잊어버려” 내지는 “너 자신을 위해 용서해”라고 쉽게 얘기해서는 안 된다. ‘용서’는 오롯이 ‘용서’해야 하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는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다. 끊임없이 삶의 모퉁이마다 기회가 닿으면 고개를 내밀어 아무리 잊고자 해도 잊히지 않는 것이 숙명처럼 따라 붙어 고통을 안기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용서’가 갖는 본질적인 의미와 방법을 알려 줌으로써 진정한 용서의 기쁨을 선물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예수님의 가르침은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도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도 여전히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겠는가? 상처를 입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짓밟도록 내버려 두는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복수를 함으로써 폭력의 악순환에 참여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용서의 5단계 과정을 통하여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하여 좀 더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용서의 5단계는 우리가 두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손은 상처를 준 사람이 더 이상 그런 행동을 못하도록, 다른 한 손은 그 사람을 진정시키고 그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하도록 사용한다.’ 용서의 각 단계에서 가해자는 점점 더 가해자의 특성을 잃게 되고, 피해자는 점점 더 피해자의 특성을 잃게 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때 우리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필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용서의 5단계에 대한 깊은 내적 움직임을 들려줌으로써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용서’에 보다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너무 빠른 용서는 진정한 용서일 수 없다.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섯 단계를 모두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본질적 ‘진실성’을 회복하게 되고 따라서 용서의 창의적인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찾게 될 것이다.
■■ 책 속 한 구절
용서는 복수와 앙갚음의 포기를 의미하지만 수동적으로 폭력을 묵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월터 윙크는 이러한 ‘비폭력적 개입’을 ‘예수님의 세 번째 길’이라고 불렀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의 상처가 너무 깊어서 자유롭게 변화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용서는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의 학대 행위를 참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뿐 아니라 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의 단계에서 건강의 열쇠는 정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사랑과 용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 안에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시도한다.
경이로움은 우리가 모든 것이 내적으로 일관성 있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는 순간에 경험하게 된다.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우주의 근원적인 진리이며 경이로움은 바로 이러한 연결성에서 비롯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속하고 우리는 또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속한다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때 우리는 삶의 어떤 부분도 잔인하게 대할 수 없다. 이러한 경이로움과 소속감은 수용의 단계의 뚜렷한 특징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 관련이 있다는 깨달음은 우리가 폭력을 폭력으로 갚는 것에 저항하도록 그리고 자기 자신이 학대를 당하지 않도록 돕는다.
우리는 보통 용서는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상적인 용서란 비폭력적인 저항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미리보기
차례
서문
1부 건강한 용서의 과정
1. 속옷도 내주어라
2. 두 손으로 하는 용서 - 양육에서 정치까지
3. 비폭력적 개입 및 용서의 다섯 단계
4. 부정
5. 화
6. 거래
7. 우울
8. 수용
9. 용서, 사랑과 돌봄의 여정
10. 토마토 전쟁
11. 삶의 양식으로서의 용서와 비폭력적 개입
12. 아동기, 비폭력적 삶의 시작
2부 치유의 과정
13. 초점 기도
14. 엠마오의 기도
에필로그
글쓴이 : 데니스 린, 쉴라 린, 마태오 린Dennis Linn·Sheila Fabricant Linn·Matthew Linn, S.J
데니스, 쉴라, 마태오는 팀으로 함께 일한다. 그들은 신체와 정서와 영성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원목 담당자로, 치료사로, 최근에는 피정 지도자와 영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40여 개 나라에서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 치유에 관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의학 협회의 인정을 받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도 담당하고 있다. 마태오와 데니스는 13권의 책을 저술하였고, 그중 최근의 8권은 쉴라도 공동 작가로 참여하였다.
저서로 「Healing of Memories」, 「Healing Life’s Hurts」, 「Healing the Dying」(with Sr. Mary Jane Linn), 「To Heal As Jesus Healed」(with Barbara Shlemon Ryan), 「Prayer Course for Healing Life’s Hurts」, 「Praying with Another for Healing」, 「Healing the Greatest Hurt」, 「내 삶을 변화시키는 치유의 8단계」(생활성서사), 「Belonging; Bonds of Healing & Recovery」, 「Healing Spiritual Abuse and Religious Addiction」 등이 있다. 영어 판 책들은 백만 부 이상 팔렸으며, 1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옮긴이 : 김인호
대전교구 사제(2003년 수품)로 이탈리아 로마의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전 삼성동 본당 주임 신부를 거쳐 현재 대전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있다. 서울대교구 영성 심리 상담 교육원, 문화 영성 대학원, 대전 가톨릭대학교 부설 혼인과 가정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를 연재했고(2014년), 2015년 현재 평화방송 라디오·TV 상담 프로그램(따뜻한 동행)에 출연하고 있다.
옮긴이 : 장미희
충남대학교 영어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East London에서 상담 및 심리 치료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전 성모여자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영국 Institute of St. Anselm에서 Integrative Spiritual Counselling 상담사 및 상담 슈퍼바이저 자격을 획득하고, 동 기관에서 개인 및 집단 상담사, 상담 슈퍼바이저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영성 심리 상담 교육원에서 가톨릭 상담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상담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