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어머니.
성모님께 드리는 호칭으로는 조금 낯선 표현이다. ‘자비’는 오히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돌리고 성모님께는 자애, 정결, 겸손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가.
인류를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를 세상에 펼치기 위해 마리아를 선택하셨고,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음을 인식한 마리아는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종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세상의 눈에 마리아는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여인이었으나 하느님의 자비는 마리아로 하여금 자신의 부르심에 놀랍도록 관대하고 인내로우며 충실하도록 이끄셨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자비가 자신을 통하여 큰일을 하게 될 것임을 끝까지 믿으셨다. 마리아의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비가 세세대대로, 지금 우리에게도 이르게 되었다(루카 1, 46~55).
마리아는 구약성경에 이미 예언된 신비의 여인이었다. 마리아의 신비는 오직 하느님의 구원 계획안에서만 밝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묵상할 때 우리의 삶 안으로 살아 들어와 숨을 쉬게 된다. 교회 역사의 초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교부들과 신비가들은 마리아의 신앙과 삶을 묵상하고 교의로 선포하였으며 마리아께 대한 경탄과 사랑과 공경을 표현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우리도 마리아의 신앙과 삶을 살도록 초대되었다. 자비를 입은 자만이 자비를 드러낼 수 있다. 우리의 나약함과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끝없는 자비를 입는 우리는 마리아처럼 자비로운 어머니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이 기도서는 한 달 동안 매일 말씀을 읽으며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슴 깊이 다가오는 하느님의 말씀에 이어지는 묵상과 기도는 우리를 한층 더 깊이 예수님께 맞닿을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또한 매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콘화를 보는 즐거움은 기도와 함께 누릴 수 있는 선물로 다가온다.
글쓴이 / 그린이 : 마리아 뽈 파란
마리아 뽈 파란 수녀는 베네딕토회 수녀회 소속으로 이집트에서 출생하였다. 이콘 제작의 마스터(스승)인 파란 수녀는 고대의 비잔틴 양식의 패턴과 색상에 따라 충실하게 이콘을 그리면서도 개인의 기도를 승화하여 작품에 투영하면서 고전 이콘이 주는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옮긴이 : 김영주
김영주 아가다 수녀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소속이다. 번역서로 「매듭을 푸는 성모님과 함께하는 9일 기도」(성바오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