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적 방법과 통시적 방법을 통합하여 제시하는 빌헬름 엑거의 방법론은 신약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데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신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문학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어 문학의 새로운 연구 결과로부터 방법론을 배워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경 본문에서 찾을 수 없었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더 이상 역사 비평적 방법론처럼 눈앞에 놓인 본문 너머에 있는 진실에 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본문 자체에 기술되어 있는 것과 본문에 담긴 의미 자원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주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공시적 방법론들은 연구자가 신학과 문학 관련 학과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더욱 깊이 고려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자들은 이 책에서 다양한 모형을 활용할 수 있으며, 어떤 방법론을 선택할지를 결정하여 나름대로 본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미는 언제나 관계, 곧 본문 요소들 상호 간에 형성되는 관계, 본문과 본문의 전(前)역사의 관계, 본문과 환경의 관계, 저자와 본문의 관계, 본문과 독자의 관계를 통해서 생겨난다.
엑거의 방법론 책은 이미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바 있고, 수정판이 나올 정도로 학계에서 인정받는 저서이다. 특히 이 책은 유럽에서 공부하는 가톨릭 신약 성경 연구자들의 경우, 방법론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 거의 교과서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국의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신학생들을 비롯하여, 성경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수도자와 평신도들에게 성경을 좀 더 면밀하게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소개하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학문적 해석은 첫 번째 독서에서 발견된 의미가 관계적 측면에서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할 수 있다. 간혹 학문적 해석은 본문의 표면적 의미가 더 깊은 의미를 덮고 있다고 가정한다. 종교적 문학 작품과 관련해서 연구자들은 옳든 그르든 독자가 첫 독서를 통해 파악하게 되는 의미는 단지 본문의 표면적 의미일 뿐이라는 점에 대해 종종 확신을 가진다. 그래서 독자는 스스로 본문에 담긴 더 넓고 깊은 의미를 찾아 나서게 된다.
독서에는 항상 몰이해와 오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독자는 본문의 의미를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 본문이 제공하는 위험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특정한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지니고 있는 의미적 전제들을 비평적으로 잘 다루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해석 방법 역시 비평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본문에 보편적으로 유효한 해석 체계는 없다. 왜냐하면 보편적인 상징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석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질서한 자기실현이 아니다.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겸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읽고 지금까지 다루어진바 없는 새로운 주제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발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알다시피 지난 수 세기 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탐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신약 성경 시대와 구약 성경 시대에 관해 너무 적은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유한하며 시간의 한계 속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모든 탐색의 기본 전제이며, 잘못된 이해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 주는 도구가 된다.
방법론은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방법론은 본문에 관해 관찰한 바를 어떤 방향으로 모아야 하는지, 그리고 본문의 의미가 어떻게 하면 가장 적절하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하나의 조언으로 이해해야 한다.
글쓴이 : 빌헬름 엑거(Wilhelm Egger, 1940-2008)는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브릭센의 철학-신학 대학에서 신약 성경 교수(1972-1986)로 재직한 바 있으며, 보첸-브릭센의 주교(1986-2008)로 재임했다.
페터 비크(Peter Wick, 1965-)는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보훔의 루르 대학 신학대학에서 신약 성경 신학과 주석 및 초대 그리스도교 역사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이 : 염철호
부산교구 사제로서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부산대학교 언어학과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으며, 역서로는 「최고의 성지 안내자 신약 성경」(바오로딸, 2012), 「우리 선조들이 전해 준 이야기–구약 성경의 설화 분석 입문」(공역, 성서와 함께, 2013), 「성경 읽는 재미–설화 분석 입문」(공역, 바오로딸, 2014)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