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을 기억하는 책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방문하여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미사를 집전하였다. 이는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수많은 신자들이 광화문에 함께 모여 교황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순교자들의 시복을 축하하였다.
그때의 감동을 되새기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아우구스티노 신부)에서는 한국 순교자의 영성을 살피는 이 책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순교자들의 숭고한 삶과 덕행을 살피며, 우리에게 그분들의 영성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그 순교 영성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분들의 영성과 그러한 영성을 실제로 살아 낸 생활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배울 점을 찾는다. 이는 우리와 우리 교회에 활력을 주는 해답이 될 것이다.
새 세상을 위한 간절함
이 책은 윤지충 바오로 복자를 비롯하여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황사영 알렉시오 순교자, 안중근 토마스 의사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네 분을 새 세상을 위한 간절함이 깃든 순교자로 보았고, 우리 순교자의 영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전범으로 삼았다.
윤지충 바오로 복자는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인 유교 사상을 버리고 신분이 보장된 양반 가문까지 버렸다. 그리고 황사영 알렉시오 순교자는 박해로 보편적 인권이 침해당하던 시기에 사회 구원과 민족 구원을 꿈꿨다.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은 한국 최초의 사제이지만 자신의 피를 주님께 봉헌하여 한국 교회의 반석을 세웠다. 또한 안중근 토마스 의사는 신앙을 성당 울타리에만 한정 짓지 않고, 역사 현장과 마주하여 민중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였다. 이처럼 순교자들은 자신을 버리고, 이웃을 위해 한계처럼 보이는 곳에서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 주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바꾸기 위한 선조 순교자들의 노력과 희생이 담겨 있다. 그 나라를 위해 그분들은 고통을 감내했고 마침내 목숨까지 바쳤다. 그리고 이런 순교자의 피로 한국 교회가 태동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느님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다. 그들은 단지 제사를 거부하고 신주를 태웠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을 믿는 마음을 굽히지 않고 당시 제도에 도전하여 억압에 굴하지 않았기 때문에 순교한 것이다. 초대 교회의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는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한국 교회 역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순교자들의 순교 영성에서 신앙의 싹이 텄다.
― 머리말 중에서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
사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이 책에 나오는 선조 순교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향해 길을 걷는 순교자다. 순교 신앙은 반드시 목숨을 바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에 못지않은 믿음의 열정으로 살 것을 요구할 뿐이다. 그렇기에 순교자의 모습은 우리가 지녀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닮아야 할 신앙인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순교자의 나라다. 이런 순교자의 나라에 사는 우리 신앙인들은 선조들의 모범적인 순교 영성을 더욱더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 나와 교회가 자기 절제를 하지 못하고 탐욕의 노예가 되어 헌신과 자애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면, 마땅히 우리는 바로 우리 선조들의 순교 영성을 기억하여 그리로 돌아가야 한다.
― 본문 중에서
특히 이 책은 순교자 성월에 본당 신자들과 함께 읽으면 의미가 깊을 것이다. 우리 신앙의 뿌리인 선조들에게서 신앙의 정체성을 찾아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기도문을 다른 이들과 함께 바치면 신앙이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주님께서는 산 이와 죽은 이를 모두 다스리시며 주님을 믿고 따르는 백성을 사랑으로 보살피시나이다. 간절히 청하오니 모든 성인의 전구를 들으시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 103위 성인 호칭 기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