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평화와 자유가 오지않아 슬퍼하고 수수꽃다리 피는 5월을 사랑하며 애기할 사람이 없어서 생쥐하고 참새하고 정답게 얘기 나누셨던 권정생
선생님! 미워하지 말고 싸우지 말기를, 하루바삐 통일이 되기를 늘 기도하신 선생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북한의 굶주리는 어린이들, 온 세계의
어린이들을 염려하신 선생님!
이제는 눈물도 고통도 없는 곳, 사랑과 평화 가득한 곳에서 어머니를 만나셨는지요...
이
지구라는 땅 위에 자유가 오지 않아 아저씨는 역시 허수아비가 되어 해해해해 웃으며 바람 부는 대로 춤을 추어야 했습니다.
그런 아저씨에게
왜 쩨쩨하게 밤낮 생쥐하고 토끼하고 참새하고 개구리하고만 얘기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얘기할 사람이
없단다."
도토리 예배당의 그리운 종지기 아저씨!
내가 없으니 아저씨는 정말 혼자가 되었군요.
아저씨,
앞으로 언제까지 그렇게 고통을 견딜 거에요?
아저씨, 난 이렇게 죽어서 편한데 왠지 아저씨가 걱정이 되어요.
아저씨,
그런데...
산산이 망가지고 부서지는 생쥐곁에... 꽃이 피어나고 있거든요.
아주 조그만 꽃다지가 노랗게 피어나고
있어요.
죽어서 망가지고 있는 덩어리 곁에 노란 꽃다지가 피어나고 있어요.
아저씨...
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 본문중에서-
머리말
장가가던 꿈 이야기
개구리 배꼽
친구사이
달구경
원수를 사랑하라
평등주의
만물의
영장
소쩍새 우는 밤
높은 보좌 위의 하느님
지옥을 보고 와서
들었다 놓았다 하는 세상
소비에트 배추
방송
연습
유언
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지은이 : 권정생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가게의 점원 노릇을 하며 고생스럽게 일했다. 폐결핵을 비롯한 갖가지 병에 걸려 줄곧 아파하며
살았다. 1967년 서른 살 무렵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마을에 정착하여 예배당 종지기가 되었다. 1980년대 초부터 교회 뒤 빌뱅이언덕 밑
작은 흙집에 살면서 글을 쓰다가, 2007년 5월 하늘로 돌아갔다.
동화집 『강아지똥』『사과나무밭 달님』『하느님의 눈물』소년
소설『몽실언니』『점득이네』『초가집이 있던 마을』 시집『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산문집『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그린이 - 이철수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군 제대 후 홀로 그림을 공부하여 화가가 되었다.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민중 판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소리 하나』『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산벚나무 꽃피었는데』 등 다양한 산문집과 판화집을 국내외에서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