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16세기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의 카메라타에서 시작된 바로크 음악은 작은 운동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에 의해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게 된다.


조반니 안토니오 리가티(Giovanni Antonio RIGATTI, 1613-1648)는 39세에 요절한 베네치아의 교회음악 감독으로 몬테베르디의 말년기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모두 성악곡이다. 그의 음악은 특별히 아름다운 선율과 과감한 화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은 2대의 바이올린과 3명의 성악가가 함께하는, 노래하는 콘체르토다. 유려한 선율과 반복되는 바소 오스티나토(basso ostinato)는 즉흥 연주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5성부의 선율을 안정되게 뒷받침한다. 이 작품은 1600년대의 곡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낭만적인 느낌이다.


뤼벡 성모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디트리히 북스테후데(Dieterich BUXTEHUDE, 1637-1707)는 그의 장대한 오르간 작품 이외에 100곡 이상의 성가 작품들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애창되는 작품인 는 두 명의 소프라노와 베이스를 위한 콘체르토 양식의 곡이다. 두 곡의 콘체르토가 세 곡의 아리아를 앞뒤로 감싸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비록 짧은 아리아들이지만, 각각의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가사는 시편 98편의 1-4절과 영광송을 담고 있다.


이어서 북스테후데의 Mit Fried und Freud <평화와 기쁨으로 가리니>는 1671년 그가 근무했던 뤼벡 교구에서 목사의 장례식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특히 마지막 악장(Evolutio II)에서는 페달에서 주선율이 전위(Umkehrung)되어 같은 듯 다르게 노래된다. 이 찬송은 루카복음 2장 29-32절에 나오는 시메온의 노래를 근거로 마틴 루터가 코랄의 운율에 맞추어 작사 작곡한 아름다운 찬송으로, 이 음반에서는 기악으로 연주된다.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은 북스테후데와 동시대 인물이며 보통 그의 캐논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교회음악가였던 파헬벨은 성가곡도 많이 남겼다. 그중 은 루카복음 1장 46절 이하에 나오는 마리아의 노래다.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마리아의 기쁨이 가득한 이 곡에서 파헬벨은 가사의 내용에 따라 음악적인 단락을 나누는 르네상스 모테트(Motet, 무반주 다성 성악곡) 양식에 너무 어렵지 않은 단아한 대위법을 구사하고 있다.  


하인리히 쉬츠와 북스테후데, 파헬벨을 이어 독일 바로크의 정점을 장식하는 대가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다. 그의 칸타타 78번 에 나오는 활기에 넘치는 소프라노와 알토의 2중창인 를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가 연주하였다. 이 곡은 루카복음 17장의 예수께서 나병환자 10명을 치유해 주시는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몸이 불편한 병자가 주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모습과 감격을 담고 있다.  


종교개혁 이후 독일의 개신교 모테트는 그레고리오 성가 대신 코랄을 정선율로 하여 작곡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는 르네상스의 정선율 모테트를 변형한 형태다. 이러한 전통을 직접 계승한 바흐의 작품으로는 코랄의 영향이 지배적인 모테트 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장르의 전통을 계승하기도 하고 혁신하기도 하며, 또 이 안에서 가사의 의미와 정감을 치밀하게 드러내고자 한 바흐의 노력이 바로 이 모테트 작품들에 집대성되어 있다. 따라서 바흐의 모테트를 연주하는 일은 서양 교회음악의 전통과 핵심을 체득하고 재발견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Jesus bleibet meine Freude <인류의 기쁨 되신 예수>는 성모방문축일 칸타타 의 마지막 곡으로, 마치 이 작품의 결론을 담고 있는 것 같은 곡이다. 우리의 기쁨이자 위로, 힘이 되어주시는 예수를 내 안에 모시고 간직하겠다는 내용인데, 가톨릭 성가에서는 이 내용을 의역하여 미사 때 영성체 성가로 많이 부르고 있다. 전주와 간주에서 반복되는 3잇단음표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표현한다고 해석되는데, 그와 동시에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설렘(떨림)을 상징하기도 한다.


역시 코랄을 주선율로 하는 가톨릭성가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는 바흐가 <마태수난곡 Matthäus-Passion, BWV 244>에서 4성부 합창으로 편곡하여 사랑받는 곡이다. 여기서 바흐가 차용한 코랄의 원곡은 하슬러(Hans Leo Hassler, 1564-1612)의 곡으로 1250년에 뢰벤(Arnulf von Loewen)이 쓴 라틴어 시 '피로 더럽혀진 얼굴이여(Salve caput cruentatum)'를 가사로 하고 있다. 그래서 마태수난곡 합창의 독일어 가사도 '오, 피와 상처가 가득한 얼굴이여'인데, 이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주 예수 바라보라, 정성된 맘으로 거룩한 머리 위에 피땀이 흐르며'로 조정되어 사순 시기,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도록 초대하는 성가로 불리고 있다.


1724년에 작곡된 바흐의 <요한수난곡 Johannes-Passion, BWV 245>은 요한복음 18-19장의 내용을 노래하는 40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톨릭성가 169번 <사랑의 성사>는 요한수난곡의 11번 곡인데 원곡이 되는 코랄은 이사악(Heinrich Isaac, 1450-1517)의 <나 이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네 O Welt, ich muß dich lassen>라는 곡으로 예수께서 심문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죄인이지만 당신은 죄인이 아니십니다.'라고 고백하며, 우리의 죄로 인해 예수께서 수난 당하심을 노래하고 있다. 가톨릭성가 169번은 이 가사를 의역하여 예수의 수난과 십자가 희생을 우리의 구원을 위한 성체성사와 연결시켜 노래하는데, 바흐가 <요한수난곡>에 담고 있는 신앙고백이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핵심인 성체성사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대  상 :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

          바로크 음악에 관심 있는 이.

          성가를 좋아하는 이.


 


곡명시간미리듣기(1분)
1. Nisi Dominus 주님께서 아니하시면(시편 127) 
2. Magnificat 마리아의 노래 
3. Mit Fried und Freud 평화와 기쁨으로 가리니 (현악변주곡) 
4. Cantate Domino 주님께 노래하여라(시편 98) 
5. Wir eilen mit schwachen, doch emsigen Schritten 약하지만 부지런히 나아갑니다 
6. Jesu meine Freude Chorale 예수 나의 기쁨 코랄  
7. Jesu meine Freude Chor 예수 나의 기쁨 합창(로마 8,1) 
8. Jesu meine Freude Chorale 예수 나의 기쁨 코랄 제2절 
9. Jesu meine Freude Chor 예수 나의 기쁨 합창(로마 8,2) 
10. Jesu meine Freude Chorale 예수 나의 기쁨 코랄 제3절 
11 Jesu meine Freude Chor 예수 나의 기쁨 합창(로마 8,9) 
12. Jesu meine Freude Chorale 예수 나의 기쁨 코랄 제4절 
13. Jesu meine Freude Chor 예수 나의 기쁨 합창(로마 8,10) 
14. Jesu meine Freude Chorale 예수 나의 기쁨 코랄 제5절 
15. Jesu meine Freude Chor 예수 나의 기쁨 합창(로마 8,15) 
16. Jesu meine Freude Chorale 예수 나의 기쁨 코랄 제6절 
17. Jesus bleibet meine Freude 인류의 기쁨 되신 예수 BWV 147 
18. 주 예수 바라보라(가톨릭성가 116) 
19. 사랑의 성사(가톨릭성가 169) 

ㆍ바흐솔리스텐서울


바흐솔리스텐서울은 바흐(Bach)의 작품을 중심으로 바로크 시대 전반의 작품을 연주하는 앙상블로서 지난 2005년 창단되었다. 주로 독일에서 고음악과 오라토리오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국내외에서 활동해 온 음악가들이 함께 모여 시대 연주와 학구적인 음악적 접근을 추구하는 고음악 전문 연주 단체이다.


창단 이후 서울국제고음악페스티벌, 춘천고음악페스티벌, 서울오라토리오페스티벌, 한국합창페스티벌, 일본쓰루고음악페스티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객석문화, 통영국제음악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등의 초청 연주뿐 아니라 연세대, 성결대, 강릉대 등 관련학회 및 학계의 학구적인 연주회를 비롯하여 편안한 해설 음악회까지 다양한 팬들에게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전달하고 있다.


2009년 일본 야마나시 고음악콩쿠르의 앙상블 부문에서 입상하며 일본 쓰루 고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해외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바흐솔리스텐서울은 2010년 새롭게 구성된 바로크 오케스트라(리더 최희선)와 함께 2011년 6월 세계적인 챔발리스트 겸 바흐콜레기움재팬의 지휘자인 마사아키 스즈키의 지휘로 LG아트센터에서 J.S. Bach의 b단조 미사를 성공적으로 연주하였으며 최근 D. Buxtehude의 Membra Jesu nostri와 G.F. Handel의 Concerto Grosso, C. Monteverdi의 마드리갈 등을 레코딩하였다. 올 하반기 바흐칸타타시리즈3에서는 세계적인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인 료 테라카도를 초청하는 등 지속적으로 바로크 음악의 세계적인 대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