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을 위한 눈높이 교육,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
방대한 독서와 저술로 유명한 교회법 전문가 정진석 추기경의 새로운 책, 《가라지가 있는 밀밭》이 출간되었다. 지난 6월 15일 서울대교구장직 이임 감사 미사 강론에서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하느님께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작은 정성과 기도가 교회와 교구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라고 하신 말씀대로 정 추기경은 신자들을 위한 또 하나의 영적 양식을 준비한 것이다.
지난해 진정한 부의 가치를 묵상할 수 있도록 펴낸 《안전한 금고가 있을까》에 이어, 이번 책 《가라지가 있는 밀밭》에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만이 밝힐 수 있는 신비로, 예수님은 이 신비를 여러 비유들로 계시해 주셨다. 이 책은 이 비유들에 대한 시대적·사회적 배경뿐만 아니라 비유의 핵심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정리해 줌으로써 하느님 나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비유와 관련된 성화들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묵상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예수님은 왜 비유를 사용하셨을까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실 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심지어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다.”(마태 13,34)고도 전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이렇게까지 비유를 고집하셨을까? 마태오 복음서에 보면 우리의 궁금증을 대신하듯 제자들이 예수님께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은 구약 성경의 말씀을 원용하여 이렇게 대답하신다.
“내가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마태 13,13-15)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세상의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이들보다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이들, 특히 비천한 이와 철부지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그들이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아무런 편견 없이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일상적인 삶과 친근한 주변 환경에 빗대어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신 것이다.
비유를 통해 보는 하느님 나라
공관 복음서에는 약 40여 개의 비유가 쓰여 있다. 이 비유들은 예수님의 특징적인 교육 방법으로, 복음 전승의 초석을 이룬다. 예수님은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일상생활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재하는 것들을 소재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보여 주셨다.
‘씨 뿌림의 비유’를 통해서는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를 통해서는 하늘 나라를 얻기 위해 그 가치를 알아야 하고 희생과 노력이 필요함을,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해서는 언제든지 주님의 재림을 맞이하려면 스스로 믿음을 준비해야 함을,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서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함을 깨닫게 하신다. 예수님은 이밖에도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 그물의 비유, 혼인 잔치의 비유,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등 각각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적절한 비유를 다양하게 들어 사용하셨다. 예수님이 하늘 나라의 신비를 육하원칙으로 풀지 않고 쉬운 소재들로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 이유는 그 의미를 풍성하게 하고 무한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 놓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각자가 깊이 생각하여 마음으로 깨닫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가 진실로 무엇을 의미하고, 예수님이 이 비유들을 말씀하신 이유와 그 배경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또한 이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들려주시고자 하는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