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사제의 가장 위대한 고백"
가톨릭 역사를 대표하는 사제이자 교부철학자였던 성 아우구스티누스(AD 354-480)의 삶은 진리를 향한 갈구였다. 젊은 날, 세상의 욕망을 좇으며 이교도의 삶을 살던 아우구스티누스. '로마 황제의 연사'라는 위치까지 올라가지만 그의 내면은 공허하다. 이때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 그는 회개하며 신의 품에 안기게 되고, 위대한 사제의 삶을 살게 된다. 긴 세월 동안 아들을 위해 기도했던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은 그렇게 결실을 맺는다. 어느새 노인이 된 아우구스티누스. 잔인한 반달족의 침입 앞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 introduction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근원에서 사유하는 철학자’ 셋을 꼽는다면 플라톤과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칸트라고 말했다. 354년 로마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누마디아(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격랑의 세월을 살았고, 수많은 저서를 통해 그리스도교 철학을 확립했으며, 히포의 주교로 있던 430년 야만족의 침입으로 로마 제국이 붕괴하는 현장을 목격하며 76세의 삶을 마감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이 합작했으며 타가스테, 밀라노, 히포, 카르타고 등 영화의 배경이 되는 네 개의 도시를 튀니지에 있는 세트에서 재현한, 러닝타임이 200분에 달하는 TV 시리즈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학자나 철학자나 성직자가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를 바라본다. 후세 사람들에겐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욕망에 휘둘렸던 인간이었으며, 한때는 하느님의 뜻에 적대적이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선악의 이분법적 논리를 따르던 마니교의 신자였다. 하지만 32세 때 신 앞에 회개한 후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살게 되었고, 여기엔 긴 세월 동안 아들을 위해 기도했던 어머니 모니카의 헌신이 있었다.
영화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탄생과 마지막까지, 70여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교도 아버지와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세상의 물질적 가치를 따르던 삶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가게 되는 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
* Story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전기 영화의 일반적인 연대기적 방식에서 벗어나 긴 플래시백(회상) 장면을 삽입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그의 자서전인 <고백록>. 영화는 <고백록>을 읽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목소리를 통해 시간을 넘나든다.
어린 시절 아우구스티누스의 마음을 뒤흔든 건, 화려한 언변이었다. 로마 제국 시대 수사학은 단지 학문이 아니라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었고, 결국 그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밀라노로 떠난다. 그곳에서 아우구스티누스를 기다리는 건 세속의 달콤한 향락과 성공에 대한 욕망. 20대 중반에 변호사가 된 그는 점점 허영에 들뜨게 되고, 마니교도로 살아간다.
서른 살에 황제의 연사가 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엔 진리에 대한 갈급함과 쾌락적인 삶에 대한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때 교부인 암브로시우스와의 만남은 그의 내면에 울림을 주었고, 신의 음성을 듣게 된 그는 하느님 앞에 회개하고 예전의 삶을 버린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430년. 노인이 된 아우구스티누스는 히포의 주교가 되어 있다. 점점 몰락해가는 로마 제국. 야만적인 반달족 앞에 히포는 풍전등화 같은 상태다. 로마 황제는 배를 보내 아우구스티누스에게 빠져 나올 것을 권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히포의 민중들과 함께 하길 원하며, 자신의 일생일대의 저서인 <신국론>만을 배에 실어 보내려 한다.
* Theme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앙과 이성, 신의 존재, 선과 악 그리고 영원이라는 시간에 대해 인류에게 처음으로 설명해주었던 사람이었다. ““진정한 철학자는 하느님의 연인””이라고 했던 그는 철학과 신앙을 하나의 사상으로 통합한 위대한 사상가이자 신의 사제였다.
여기서 아우구스티누스를 대표하는 두 권의 저서를 이야기하자면 <고백록>과 <신국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고백록>에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며 신 앞에 서기까지의 과정과 그 감격을 담아낸다면, <신국론>에선 로마 제국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세상의 나라가 아닌 ‘신의 나라’, 즉 하느님에게 구원의 은총을 얻은 자들의 공동체를 앙망한다.
영화 <성 아우구스티누스>은 <신국론>보다는 <고백록>에 더 가깝게 다가간다. 이 영화는 아우구스티누스가 평생을 놓고 쌓은 그 방대한 사상을 담아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 인간이 회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고백록>의 구절들은 그의 영혼의 발자취와도 같다. 그 발자취가 따르는 첫 존재는 바로 어머니다. 이 영화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전기 영화임과 동시에 그의 어머니 모니카에 대한 모정의 드라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에 대해 ““몸으로 날 낳으시고 마음으로 영생을 주신 분””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어머니는 곧 하느님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어머니의 훈계를 거역하는 것은 주님을 거역하는 것””이었다. 그런 어머니는 아들이 하느님 앞으로 돌아올 때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또 하나 느낄 수 있는 테마는 ‘회심’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끊임없이 의심했고 고민했으며, 결국은 긴 우회로를 통해 신을 만난 인물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왜 위대한 ‘신앙의 선배’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진정한 회심이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수많은 회의와 갈등을 통해 도달한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가 과거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진심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역사 속의 성인이나 저명한 신학자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본다. 그가 어떤 욕망에 사로잡혔으며, 어떤 과오를 저질렀고, 어떤 인격적 결점을 가진 인간이었는지, 영화는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 모니카의 긴 세월에 걸친 기도로 회개하고, 신의 참된 일꾼이 된다. 이것은 진심 어린 기도가 인간을 바꿀 수 있으며, 그 누구라도 성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위대한 종교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 김형석(영화 컬럼리스트)
“서방 그리스도교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리를 갈구한 삶과, 현대의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모든 어머니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어머니 모니카의 삶을 소개하고 싶다.”
-임 세바스찬 신부 (베네딕도 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