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E NABUTHAE HISTORIA
신약성경 이후 그리스도교 교부 전승의 무진장한 보고를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 원문과 우리말 번역문의 대역을 싣고 해제와 역주를 달아 놓은 국내 교부 문헌의 결정판(A5판 양장)
암브로시우스의『나봇 이야기』De Nabuthae historia는 부와 가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교부 문헌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구약성경의 인물인 가난한 나봇(1열왕 21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부자들의 탐욕을 꾸짖고 있는 이 작품은 설교 형식으로 쓰인 교부 문헌이다.
『나봇 이야기』가 설교 형식으로 저술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설교sermo와는 구별된다. 속기사들이 받아 적은 설교가 아니라, 암브로시우스 몸소 이 작품을 저술했노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하느님의 정의는 반드시 되갚아 주신다는 사실을 그대들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암브로시우스의 많은 작품이 사목적 동기로 말미암아 글로 엮어지기 전에 이미 설교를 통해 태어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나봇 이야기』의 탄생 배경도 설교일 수 있지만, 적어도 암브로시우스의 손질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나봇 이야기』를 성경 주석 작품opera exegetica으로 볼 수도 없다. 비록 성경의 인물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성경 본문을 체계적으로 풀이한 성경 주해나 강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암브로시우스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필요한 가르침을 펼칠 때면 즐겨 성경의 인물들에서 그 주제를 이끌어 내곤 하였다. 예컨대 야곱에게서는 행복한 삶『[ 야곱과 행복한 삶』(De Iacob et vita beata)], 엘리야에게서는 단식『[ 엘리야와단식』(De Helia et ieiunio)], 토비야에게서는고리대금업과이자놀이『[ 토비야』(De Tobia)]라는주제를발전시켜나간다. 이처럼『나봇이야기』는 부자들의 탐욕과 재화의 공공성이라는 주제로 신자들을 교육하고자 구약의 나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회교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봇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나눔의 책무를 저버린 탐욕스러운 부자들의 죄악상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자본과 개발, 시장과 경제의 교묘한 논리 아래 무참하게 희생되어 가는 민중의 짓밟힌 권리를 바로 세우도록 간절히 초대하는 우리 교회의 더없이 소중한 교부 유산임이 틀림없다.
암브로시우스는 약육강식의 냉혹한 질서 속에서 소외되고 억눌린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많은 가난한 이가 겪는 고통과 죽음의 뿌리에는 부자들의 끝없는 탐욕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으며, 부자들의 금 술동이에 담긴 값비싼 술은 가난한 사람들의 피라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부자들에게 착취당하는 민중의 상징으로 내세운 성경 인물『나봇 이야기』에서 암브로시우스는 목자의 마음과 법관의 엄정함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변호한다. 모든 사람에게 속하는 재화의 공정한 분배와 사유재산의 권리와 한계를 그토록 강하게 가르치고 있는 그리스도교 문헌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