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사말 교리를 묵상하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연옥에 대한 의미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하늘의 기쁨으로 들어가기에 필요한 거룩함을 얻으려면 죽은 다음에 정화를 거쳐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이어서 ‘지옥’에 대한 의미는 시간적, 공간적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 차원에서 이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옥’이란 말은 하느님과 또 복된 이들과 이루는 친교를 결정적으로 ‘스스로 거부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즉, 지옥이란 지은 죄에 대해 벌을 받는 공간적 개념이 아닌,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죽음 이후의 세계인 사말(四末) 교리의 교육의 기회가 흔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영원한 생명을 위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신자들도 연옥과 지옥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나 막상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드물거나, 막막하게 느끼기 일쑤이다. 이렇듯 죽음을 맞이한 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기란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신자들은 양심에 따라 선하게 살아야 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각박한 현실 속에서 때때로 이를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가톨릭출판사에서는 2020년 사순시기를 맞아 1953년부터 지금까지 가톨릭 신자들에게 널리 읽혀 온 스테디셀러 《사말의 노래》 개정판을 내 놓았다. 사순시기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이와 더불어 자신의 죽음 이후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백년천년 살듯이 팔딱거리던
청춘이라 믿어서 염려않던몸
거기에도 죽음은 감자기덤벼
용서없이 목숨을 끊어버린다.
시체보고 돌아서 나가는친구
못볼것을 본듯이 얼굴변하네.
나가서도 멀찍이 외면을하네.
저런것을 친구라 믿고지냈소?
바다바다 불바다 끝없는바다
악마들이 들끓는 악마의바다
가슴속을 깨무는 독충의바다
원막낙담 통곡성 넘치는바다.
천국지옥 열쇠는 우리게있소.
지금우리 자유에 열쇠는있소.
천국복에 들는지 선택하시오.
지옥불이 탈는지 결정하시오.
눈을뜨고 아침에 일어나거든
그하루를 최후로 생각들하고,
밤이되어 자리에 눕게되거든
임종하는 자리로 준비들하소.
출판사 리뷰
사말? 생소하게만 들리는 사말(四末) 교리
《사말의 노래》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죽음 이후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 세상의 삶에서 더욱더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라고 권고한다. 이 책은 ‘죽음’, ‘심판’, ‘지옥’, ‘천국’의 ‘가톨릭 사말(四末)교리’를 3.3.5조의 운율로 써 내려가 독자는 마치 시조 작품을 읽듯, 노래하듯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어 나아가며 그리스도교 신자가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 왜 선하게 살면서 죽음 이후의 영원한 삶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개정판 본문에 해당하는 성경말씀은 새 번역본으로 바꾸었다. 본문에 해당되는 한자 옆에는 한글을 삽입하여 누구나 한자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책 마지막에는 ‘위령 기도’를 삽입하여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가져 볼 수 있다.
지은이 윤형중 신부
저자의 말
“모든 언행에서 너의 마지막 때를 생각하여라. 그러면 결코 죄를 짓지 않으리라.”(집회 7,36)
사람은 누구든지 한 번은 죽고, 심판을 받아야 하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마지막 문제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사형 선고를 받고 나왔다. 이 사형 집행 기일은 날이 갈수록 우리에게 육박한다. 여기에 우리의 끔찍한 영원 문제가 달려 있다!
이것을 깊이 생각한다면 죄를 범할 수도 없고, 냉담할 수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이것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임종에 가까운 중병 환자가, 자기 병이 중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그 심리와 공통된 점이 있지 않을까?
이 《사말의 노래》는 일찍이 <경향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독자들의 요구에 응하여, 약간 수정하고 증보하여, 문예적 작품으로가 아니라, 한 묵상서로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공명共鳴 되는 심금心琴이 적지 않을 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