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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7년간 세계일주를 마치고 재작년부터 ‘월드비전’이라는 구호단체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선물하는 책이 바로 피에르 신부의「단순한 기쁨」이다. 사제로, 나치 하에서는 레지스탕스로, 국회의원으로, 또 엠마우스라는 빈민구호를 하고 있는 사회 활동가로서의 자서전인데,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이 밑줄을 그은 책이기도 하다. 피에르 신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남미여행 중에서다. 같은 숙소에 묵은 영국인 배낭 여행자가 신부님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친구는 내게 다 읽은 책이 있으면 자기 책과 바꾸어 보자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그 책이 읽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한 노 신부의 ‘봉사와 희생으로 살면 하느님 나라가 너희 것이니라’ 쯤의 설교조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던 거다. 내켜하지 않는 내 표정을 본 그 친구는 이건 피에르 신부의 신간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내가 “피에르 신부가 누구예요?”라고 물으니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날 쳐다보았다. 어떻게 그 신부님을 모를 수가 있냐는 표정이었다. 알고 보니 피에르 신부님은 마더 데레사만큼 유명한 사람이었다.

90살이 넘은 나이로 전 세계인들에게서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도 연간 인기 순위 조사에서 기라성 같은 스타를 제치고 수십년간 1위의 자리를 고수하는 분이란다. 하여간 이렇게 해서 그분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내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고루하기는커녕 상쾌하고 시원했다. 깊은 산속 옹달샘물 같다고나 할까? 한국에 와서 읽은「단순한 기쁨」 역시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도 신부님은 예상대로(?) 믿음, 기도, 용서, 고통, 그리고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을 어쩌면 이렇게도 산뜻하고 친근하게 하는지. 마치 이른 아침, 단둘이 숲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 삶의 핵심에 대해서도 말한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들, 자유, 행복, 사랑 그리고 희망. 그리고 이런 것을 얻기 위해 평생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를 깊은 목소리로 전해준다. 삶의 해답이 아니라 공식을 깨닫게 해주는데, 나는 이 공식들을 내 삶에 대입해보고는 나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피에르 신부님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이유는 그가 행동파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말이나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정말 그렇지 않은가? 빵을 달라고 하는 거지에게 ‘기도해 드리겠습니다’라고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걸 거다. “타인 없이 행복할 것인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는 지금, 내가 나에게 매일 물어보는 말이기도 하다




글쓴이 :피에르 
신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일컬어 지는 피에르 신부님은 1912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 19세에 카푸친 수도회에 들어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항독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투사였으며, 전쟁 후에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엠마우스' 라는 빈민구호 공동체를 만들어 평생을 집없는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살아 있는 성자' 로 불리며 전세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아흔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에르 신부님은 교회와 성직자가 범한 오류를 과감히 질타하고, 고통받은 약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옮긴이 : 백선희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했다. 그후 프랑스로 건너가 그르노블3대학에서 불문학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덕성여자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일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