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너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탁월한 신학자임에 틀림없다.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는 신학적 깊이와 넓이에서도 그렇거니와 특히 그의 신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타종교와 문화에 대해 개방하도록 하는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책은 해외에서는 칼 라너의 신학적 영향력으로 그에 대한 방대한 양의 연구가 축적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는 그의 신학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고 우리 손으로 쓴 라너 연구서가 없기에 그에 대한 우리의 학문적 풍토를 넓히기 위해 나온 책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인간론과 신론을 날줄과 씨줄로 삼으면서 그리스도론, 종교간 대화론 등을 깔끔한 문장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결코 쉬운 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라너의 신학적 깊이를 충실히 담아 내고 있는 글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그의 신학과 사상을 충분히 소화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재해석해 내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한다. 덧붙여 라너 신학의 핵심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이 책에서 내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것은 일상의 삶을 떠나서가 아니라 일상의 일들 안에서 이루어지고 나를 비우고 남에게 베풀고자 할 때 당신 자신을 조건없이 내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안에 비로소 육화된다】는 그의 은총론이다. 이 책은 하느님은 우리의 일상적 삶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내신다는 사실을 칼 라너라는 걸출한 신학자의 눈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고 있다.


제1부 칼 라너의 신학
제1장: 라너 신학의 방법과 출발점
칼 라너의 생애/ 초월론적 신학/ 칸트와 마레샬의 초월론적 방법
제2장: 라너 신학의 근간: 은총론
존재와 인식/ 창조되지 않은 은총과 창조된 은총/ 은총과 본성/ 초자연적 실존범주/ 은총과 그리스도교의 본질
제3장: 하느님 체험과 초월론
초월의 개념/ 지향점과 선파악(先把握)/ 하느님 체험과 자아 체험/ 자유, 신앙, 사랑
제4장: 무한과 유한의 만남: 영성, 삼위일체론, 그리스도론
초월과 내재/ 무한과 유한/ "이미"와 "아직"/ 일치와 차이/ 침묵과 증언/ 삼위일체/ 거룩한 신비/ 그리스도의 육화
제5장: 일상의 신학
일상사와 구원사(救援事)/ 일상의 신학-실존적 하느님 체험/ 이웃 사랑/ 베풂, 계시, 구원

제2부 칼 라너와 다원적 종교의 세계
제6장: 익명의 그리스도인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와 익명의 그리스도인/ 익명의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성/ 익명의 그리스도인의 적극적 의미/ 타종교에 대한 교회의 태도/ 언어의 익명성과 유비성
제7장: 신론, 그리스도론, 그리고 종교간 대화론
익명의 그리스도인을 다시 보며/ 하느님의 자기 변화/ 육화와 예수 그리스도/ 종교들의 특수성과 보편성/ 종교간 대화론/ 종교적 다원성과 낙관적 구원관
제8장: 맺는 글: 문화-신학간 대화의 선적(禪的) 구조
종교와 문화/ 해석적 체험/ 체험의 전통/ 체험의 역사성과 초역사성/ 종교와 문화의 상즉성(相卽性)/ 관계적 거리, 사이의 논란/ 종교와 문화의 깊이

제3부 부록-불교와의 비교
제9장: 『대승기신론』의 신심론-그리스도교적 관점과 비교하여
불교에서 "믿음"이라는 말/ 『대승기신론』의 신심론/ 성서적 관점과의 비교/ 신학적 관점과의 비교/ 맺음말
제10장: 칼 라너의 신(神) 체험과
니시타니 케이지의 공(空)체험
"세계 안의 영"과 "윤회하는 중생"/ 은총과 허무/ 하느님 체험과 허무의 자각/ 일상의 신비와 절대무/ 일상의 신학과 보살의 길/ 맺음말


이찬수 : 글쓴이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종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곳 신학분야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남대, 동국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에 출강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종교신학의 이해>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 <토라의 길>, <절대를 찾아서>,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잇다>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타종교의 신학', '불자는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 그리스도교 연구 100년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