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과학자이며 인도주의자인 나가이 다카시의 전기이다. 나가이 다카시는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한다. 부모로부터 신도(神道)를 물려받았지만 그는 과학적 이성주의의 영향으로 조상대대로 믿던 신도(神道) 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가 된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으로 비과학적으로 생각한 종교에 눈뜨게 되고,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 특히 그 시기에 읽게 된 파스칼의「팡세」는 그리스도교로 입문하기위한 도화선이 되고, 중국과의 전쟁에 소집당한 그는 하느님을 찾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체험을 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가사키로 돌아온 그는 영적인 갈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영세를 받고, 삶의 동반자로 일본교회사의 250년 산 증인의 딸 미도리와 결혼한다. 그러나 의사로서 학생들에게 방사선학을 가르치고, 그 당시 많았던 결핵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과다한 노출로 방사선과 씨름했던 13년의 세월은 나가이 다카시에게 백혈병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다. 이를 계기로 아내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삶도 죽음도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1945년 8월 9일 미군에 의해 발사된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지고, 순식간에 한 도시는 잿더미로 변한다. 20만 인구 중 80%가 죽었고,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도 앗아갔다. 그는 자신도 원폭 피해자면서 의료진과 남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신앙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산다.
또한 원자폭탄의 영향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희생자들 치료하면서 얻게 된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쓴 의학보고서는 세계 최초의 과학적인 글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죽어가는 희생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관점으로 나가사키를 제2차 세계대전과 연루된 모든 민족의 죄악을 보속하기 위한 희생제물로 보고 남은 생애를 집필에 전념한다. 이 책은 일본교회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평화를 추구한 한 인간의 고뇌와 원폭의 결과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한 눈에 보게 해 준다.
책 속으로
비록 구슬은 모두 녹아버렸지만 줄과 십자가는 흔적이 남아 있어 그것이 아내가 자주 손가락으로 굴리며 기도하던 묵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흐느끼며 하느님께 아뢰었다. “제게 가장 소중하신 하느님, 아내가 기도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의 어머니시여, 죽는 순간까지 신실한 아내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리고 조심스럽게 아내의 유골을 양동이에 담으면서….
한 노인이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피폭 때 온갖 파편조각이 우물 밑바닥을 메워 노인은 물 한 방물을 얻기 위해 두레박을 바닥에서 힘들게 퍼올렸다. ‘저 노인을 보아라. 얘야.” 나가이는 아들 마코토에게 말했다. “우리네 삶이 지금 저렇다. 우린 지금 바닥을 박박 긁고 있는 거란다. 우리는 무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어둠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얘야, 우린 인내심과 믿음을 갖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진정한 종교란? 어떻게 진정한 종교를 찾을 것인가? 나가이는 자신과 이 작은 공동체가 핵 벌판에서 발견한 종교적 희망에 대해 언급한다. 성당에서 흘러나오는 성가가 재의 골짜기마다 넘쳐나고 그는 아이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치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절대 빈곤과 뼈아픈 상실에도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 그리고 고통뿐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전이 없는 국민은 망한다’는 말처럼 나가이는 비전을 가져다 주는 것이 기도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_238쪽
책 머리에
맏아들, 고요
개똥벌레, 눈 그리고 암사자
쿠빌라이 칸, 쓰네 그리고 파스칼
별을 볼 수 없는 쥐
그건 고약한 바람이었지
숨은 그리스도인
나가사키의 종소리
나팔꽃에 맺힌 이슬
고요한 밤 그리고 귀중한 생명
성모 마리아와 창녀
위대한 목신은 죽었다
수위 선생 문하에서
백호주의와 황색위협
태풍과 우아한 대나무
염불식 기도와 어두운 밤
교만한 하이케는 무너진다
주인에게 등을 돌린 기계
글쓴이 : 폴 글린
1928년 호주 출생. 1947년 마리아회에서 서원을 하고 1953년에 사제 수품. 25년간 일
본의 여러 본당에서 사목활동과 피정지도를 했다. 1989년 이래 하느님의 사랑과 그 사
랑을 깊이 체험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써서 단순한 관상기도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과학자.시인.성인)에 대한 [나가사키를 위한 노래]는 8개국어로
번역. 출판되고 있다.
옮긴이 : 김숭희
1972년 가톨릭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졸업(문학석사)
1991년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졸업(Ph.D)
1978년부터 현재까지 강원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에 재직.
영미시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한국시 영역이 있음.